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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7   여러모로 배우고 왔습니다. (1)


여러모로 배우고 왔습니다.
잡담/기타 두런두런 | 2008/11/17 11:41
지난 주 화요일
시댁 할머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아침에 아버님 전화를 받았지요.
전날 저녁까지 드시고, 주무시듯 돌아가셨던 것 같습니다.
5년 전부터 살짝 치매 기운이 있으셨는데 요 반년 사이에 심해져서...
명절이나 휴가 때 내려가면 알아봐주실 때도 있었고, 못 알아보실 때도 있었죠.
그만큼, 제게는 할머님과의 추억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전화 받아서 일단 휴가원 신청하러 회사에 출근 했을 때는
뭔가 실감이 안나서 가만히 있다가
총무과 부장님이나 직장 동료한테 이러이러해서 갑자기 쉬게 되었다-고
말을 할 때마다 괜히 눈물이 나더랬습니다.
슬퍼할 군번(?)이 아닌데 왜 눈물이 나고 난리람.. 하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검은 옷을 챙겨입고 전주로 내려갔었는데...
조문객 분들께 음식을 내느라 바빠서 정신 없이 보냈습니다.
둘째날 입관식을 보게 되었는데, 저는,
가까우신 주변 어르신께서 돌아가신 게 이번이 처음이라서
(친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아버지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거든요)
시신을 처음 봤습니다. 앞쪽에는 고모님들이랑 아버님들이 서 계셔서
전 그저 뒷줄에 서서 봤습니다만...
핏기 없는 사람의 몸이라는 게 그런 것이라는 걸 처음 봤습니다.
최근 2년 사이엔 부쩍 야위셔서 할머님 손을 잡을 때마다 말로만 듣던
'죽음의 냄새'라는 게 이런건가 싶어서 슬퍼질 때가 있었는데...
그 팔에서 핏기조차 없이, 미동도 하지 않은채 굳어진 얼굴을 보니
머리 속이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더군요.
고모님들은 오열하시고, 아버님들은 묵묵히 서서 고모님들을 부축하셨는데
그 땐 정말 엄청 울었습니다.
시아버님이 장남이시고 책임감도 강하셔서 꿋꿋이 서 계시다가
입관식 끝나고 다시 식장으로 들어가서 상주석에 갈 때 눈을 몇 번 훔치시는데
그걸 보고 더 눈물이 났습니다.
그렇잖아요. 치매라는 게.
몸도 약해지신데다가 자신을 알던 사람이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어머니께서 오전에 할머님 목욕 시켜드리는데 잊고 또 하고 싶어하실 때도 있었고
하지만 시아버님, 어머님께서 정말 평소처럼 계속 할머님께 말 거시고
못 알아들으셔도, 잊어버리셔도 이런 저런 일들을 친근하게 얘기하시고
그렇게 마지막까지 모시던 분인데, 저 같은 거보다 얼마나 더 슬프셨을까요.
만약 친정 엄마가 절 못알아보게 된다면 전 그렇게 의연하게 싹싹하게 굴지 못할 거 같아요.
당장 슬픔이 더 밀려올 것 같달까요. 닥치게 되면 모르지만.
뭔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엄청 울었습니다.
그러다 또 문상객들때문에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는 바람에 잊고 지냈지요.

3일 째 화장터에서 하얗게 탄 가루가 되신 할머님을 보았습니다.
그 때는 어머님께서도 소리 내어 우시더군요.
시댁 부모님들이 성격이 참 배울 점이 많으신 좋은 분들이신데...
눈물 흘리시는 모습을 이번에 보게 되었네요.
평생 몇 번 안되셨을 그 모습을 제가 보게 된 것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할머님 무덤에 흙을 뿌려드리는 건...
정말 차마 못하고 옆에 멍하니 서서 바라보기만 했어요. 발이 떨어지질 않아서.
절차가 다 끝나고, 시댁으로 가서 가족회의도 좀 하고...
손자들은 다 똑같이 얼마씩, 할머님이 주시는 용돈으로 생각하라며
금일봉을 받았습니다.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정말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엄마 아빠, 또 아버님 어머님이 가실 때
제가 아버님만큼은 못해도 걱정하시지 않게 잘 보내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례식이 할머님에 관한 저의 가장 큰 추억이 되었다는 게 먹먹하고 슬프지만
아버님이 둘째날에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고... 잘 기억해두라고 하신 말씀대로
잊지 않기 위해,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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